꽃피는 지하철역 |
박승우 |
지하철역 이름이 꽃 이름이면 좋겠어
목련역, 개나리역, 진달래역, 라일락역, 들국화역…
꽃 이름을 붙이면 지하철역이 꽃밭 같을 거야
‘친구야, 오늘 민들레역에서 만날래?’
이 한마디로도 친구와 난 꽃밭에서 만나는 기분일 거야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늘 꽃 이름을 부르겠지
원추리, 백일홍, 바람꽃, 금낭화, 물망초…
자주 부르다 보면 사람들도 꽃이 된 느낌일 거야
‘이번 정차할 역은 수선화역입니다. 다음 역은 채송화역입니다’
지하철 방송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이 송이송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겠지
사람들한테 꽃향기가 나겠지
시 감상
박승우 시인의 '꽃피는 지하철역'은 일상적인 지하철역의 이름을 꽃 이름으로 바꾸면서, 그 속에서 꽃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상상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지하철역도 아름다움과 따뜻함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목련역, 개나리역, 진달래역, 라일락역, 들국화역과 같은 꽃 이름을 지하철역에 붙임으로써, 그 공간이 꽃밭처럼 변할 것이라는 상상을 제시합니다. '친구야, 오늘 민들레역에서 만날래?'라는 말 한마디로도 친구와 만나는 기쁨이 꽃밭에서의 만남처럼 상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늘 꽃 이름을 부르며, 그 이름들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들도 꽃이 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수선화역과 채송화역이라는 역명을 들으면 사람들은 송이송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며, 꽃향기를 풍기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 시를 통해 박승우 시인은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작은 상상력과 변화를 통해 얼마나 큰 아름다움과 기쁨을 찾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세계
박승우는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시인상’을 수상하고 서울문화재단ㆍ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는 등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백 점 맞은 연못』은 그의 첫 번째 동시집으로, 주목받는 신인답게 참신하면서도 탄탄한 역량의 작품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박승우의 동시는 우선 재미있습니다. 이 동시집에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거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한 작품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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