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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감상6

명시 감상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이 193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감성과 상징이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백석은 한국 .. 2024. 10. 27.
김현승 「가을의 기도」 가을이 깊어 갈수록 겸허해지는 마음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굽이치는 바다와백합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를 다시 한번 감상해 보려 합니다. 이 시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기도, 사랑, 그리고 고독을 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곤 합니다.Ⅰ. 시의 주제와 의미'가을의 기도'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배경으로 한 기도문 형식의 시입니다. 이 시는 기도, 사랑, 그리고 고독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삶의 본질을 탐.. 2024. 10. 9.
에드거 앨런 포 『애너벨 리(Annabel Lee)』 슬픈 사랑의 소야곡 애너벨 리(Annabel Lee)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아주 여러 해 전바닷가 어느 왕국에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바닷가 이 왕국에선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지.바닷가 왕국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바닷가 그 왕국 모든 사람들이 .. 2024. 9. 15.
한국인의 애송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수풀 속으로 굽어 사라지는 길 하나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아, 나는 한 길을 또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네!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하였고그로 인해.. 2024. 8. 18.
꽃피는 지하철역 / 박승우 꽃피는 지하철역박승우 지하철역 이름이 꽃 이름이면 좋겠어목련역, 개나리역, 진달래역, 라일락역, 들국화역… 꽃 이름을 붙이면 지하철역이 꽃밭 같을 거야‘친구야, 오늘 민들레역에서 만날래?’ 이 한마디로도 친구와 난 꽃밭에서 만나는 기분일 거야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늘 꽃 이름을 부르겠지원추리, 백일홍, 바람꽃, 금낭화, 물망초… 자주 부르다 보면 사람들도 꽃이 된 느낌일 거야‘이번 정차할 역은 수선화역입니다. 다음 역은 채송화역입니다’ 지하철 방송이 흘러나오면사람들이 송이송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겠지사람들한테 꽃향기가 나겠지시 감상박승우 시인의 '꽃피는 지하철역'은 일상적인 지하철역의 이름을 꽃 이름으로 바꾸면서, 그 속에서 꽃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상상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를.. 2024. 8. 4.
만해 한용운 ❮알 수 없어요❯ 식민시대의 막막함 속에서 느끼는 비애 알 수 없어요만해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Ⅰ. 알..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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