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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4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한탄할 그 무엇이 두려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와 숙녀』박인환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 것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등대…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우리.. 2024. 6. 16.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2024. 6. 7.
깜밥 / 김옥종 시인의 겸허한 삶의 자세 깜밥​너무 바짝엎드리지 않기사랑하는 마음 없이들어붙지 않기 뜨거운 열정에 어설프게 몸 내어주지 않기속살 뽀얀 윗집 언니 질투하지 않기벗겨진 채로 두려워하지 않기 맨손으로 받아줄 때물컹거리지 않기입술에 맡겼을 때 바삭한 척 않기 김옥종 시집 「민어의 노래」에서유년의 추억을 마주한 듯, 길섶에서 곱게 핀 들꽃 무더기를 만난 듯,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을 발견한 듯, 김옥종 시인의 ‘깜밥’은 안개에 갇혀있던 내 감각들을 깨웠다. '깜밥'을 감상하다 보면 그의 겸허하고 모나지 않고 가식 없는 삶을 엿보는 것 같다. 그가 삶아온 삶이 누룽지처럼 구수할 것이었으나 티 내지 않고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 선하게 다가온다. 그의 시는 언어의 유희 속에서 감칠맛이 난다. 그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맛깔스럽다. 시인은 196.. 2024. 5. 26.
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아! 이슬 되어, 바람 되어마음 하나 심장 깊숙이 심어허구헌 날, 온통 그리움뿐휘젓고 돌아치고 달궈지고 몰아세우는너는 누구더냐. 잊고 살자 다짐해도혼절의 무게로 다가와버릇처럼 세포마다 문신 새기고내 안에 오직 너로만 퐁퐁 샘솟게 하는,너는 대체 누구더냐. 눈 멀어 귀 멀어붉은 꽃물 모다 모아옴팡지게도 스미게 하는 너사랑하고도 외롬을 질끈 동여맨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무딘 침묵의 어깨를 넘어담장의 넝쿨 장미, 오지게도 달게 피듯사랑, 그 천 개의 그리움붉은빛으로 가슴팍에 빙빙허구헌 날, 나를 놓아주질 않는구나. 양애희 詩 시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이라는 걸 마음 절절히 짜내 엮었습니다.시인의 모든 일상 속에 각인되어 함께 하는 그리움은 그가 형상화시킨 홀로그램인지도 모르..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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