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의 애송시42

[명시감상] 윤곤강의 「꽃피는 달밤에」 사랑의 기쁨과 슬픔 꽃피는 달밤에윤곤강 빛나는 해와 밝은 달이 있기로하늘은 금빛도 되고 은빛도 되옵니다 사랑엔 기쁨과 슬픔이 같이 있기로우리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으오이다 꽃피는 봄은 가고 잎피는 여름이 오기로두견새 우는 달밤은 더욱 슬프오이다 이슬이 달빛을 쓰고 꽃잎에 잠들기로나는 눈물의 진주구슬로 이 밤을 새웁니다 만일 당신의 사랑을 내 손바닥에 담아금방울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다면아아, 고대 죽어도 나는 슬프지 않겠노라 1. 시를 읽는 즐거움윤곤강의 시 「꽃피는 달밤에」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자연의 변화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낸 서정시입니다. 아래에 시의 주요 구절을 중심으로 해설과 감상을 정리하였습니다. (1) 자연과 사랑의 병치(倂置)빛나는 해와 밝은 달이 있기로하늘은 금빛도 .. 2025. 5. 21.
아르튀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천재 시인의 마지막 작품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Une Saison en Enfer)』은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혁명가였던 랭보가 1873년에 발표한 산문시집입니다.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매우 독창적인 작품으로, 현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1. 시의 형식적 특징(1) 산문시(Prose Poem)『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전통적인 운율과 형식을 따르지 않는 산문 형식의 시입니다. 이는 랭보가 기존 시 형식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유와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2) 자전적 요소와 고백체이 작품은 랭보 본인의 체험과 내면의 고통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일기나 고백처럼 1인칭 시점에서 직접적인 고통의 서술이 두드러집니다. (3) 단편적인 구성전체.. 2025. 5. 18.
[명시감상] 정지용의 「향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향수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사철 발벗은 안해가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 2025. 5. 11.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기쁜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지나간 것 그리움이 되리라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1799–1837)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이자 근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이 시는 그가 1825년에 지은 작품으로, 삶의 고난과 시련 앞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와 희망을 간결하고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1. 시를 읽는 즐거움"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이 첫 구절은 시의 중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인생은 때때로 뜻대로 되지 않고, 마치 사람을 '속이는' 듯이 고통스럽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인식에서.. 2025. 5. 8.
[명시감상] 만해 한용운의 「복종」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자유 복종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금합니다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면그것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만해 한용운의 시 「복종」은 제목부터 독특한 반전의 미학을 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종’은 억압과 타율의 상징이지만, 이 시에서는 사랑과 자발성, 그리고 자유로운 의지로서의 복종이 담겨 있습니다.1. 시를 읽는 즐거움(1) 자발적 복종의 아름다움“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이 첫 구절은 독자의 예상을 깨뜨립니다. 흔히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여겨지지만, 화자는.. 2025. 5. 7.
[명시감상] 윤동주의 「서시(序詩)」 윤리적 고뇌와 자기성찰의 정수 서시(序詩)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序詩)」는 윤동주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며, 순결하고 진실한 삶을 추구하려는 다짐을 담담하면서도 비장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1. 시의 감상 및 해설(1) 시의 전체 분위기와 주제「서시」는 윤동주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도 양심과 도덕적 순결을 지키며 살고자 한 다짐의 시입니다. 그는 타인의 억압이나 외부 환경에 맞서기보다, 자기 안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내면적 성찰을 통해 삶의 길을 모.. 2025. 5. 6.
[명시감상] 김동환 「산너머 남촌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시작되는 곳 산너머 남촌에는김동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나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김동환의 「산 너머 남촌에는」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정겨운 고향의 정서를 그리워하는 서정시입니다. 시인은 ‘남촌’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그곳을 둘러싼 자연 풍경, 향기,.. 2025. 5. 1.
[명시감상]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사랑의 상실이 주는 절절한 슬픔 접시꽃 당신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을 줄 모르고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무너지.. 2025. 4. 23.
[명시감상] 도종환의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사랑의 불확실성과 그리움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도종환 ​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벌판 가득한눈발 속 더 지나가슴을 후벼파며내게 오는 그대여등에 기대어흐느끼며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진눈깨비와함께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견딜 수 없을 만치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도종환 시인의 시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는 사랑의 본질과 그 도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사랑이란 감정이 단순히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그리움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1. 시 감상(1) 사랑의 불확실성시의 반복적인 구절인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는 사랑이.. 2025.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