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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애송시30

[명시감상] 김소월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진달래꽃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藥山)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시 중 하나로, 이별의 슬픔과 아름다운 정한(情恨)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떠나는 임을 원망하거나 붙잡지 않고, 오히려 꽃길을 마련해주며 조용히 보내겠다는 화자의 태도를 통해 애절한 사랑과 희생적인 정서를 보여줍니다.1. 시를 읽는 즐거움(1) 이별에 대한 태도화자는 떠나는 임을 붙잡지 않고, 오히려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라며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깊은 사랑에서.. 2025. 4. 4.
[명시감상] 아름다운 이 세상 천상병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귀천(歸天)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은 죽음을 마치 여행의 끝자락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묘사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자 합니다. 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달관자적 삶1.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시인은 죽음을 '하늘로 돌아가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환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 .. 2025. 4. 1.
[명시감상] 노천명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자연스런 삶에 대한 동경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초가지붕엔 박넝쿨을 올리고삼밭에는 오이랑 호박을 놓고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밤에는 실컷 별을 안고,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내 좋은 사람과 밤이 깊도록여우 나는 산골 이야기를 하면삽살개도 달을 짓고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소.  노천명의 시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는 도시 문명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바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Ⅰ. 시를 보는 시선1. 자연 속 삶의 동경 -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 2025. 3. 25.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의 영토(領土)」 믿음과 희망, 인내와 사랑의 불씨 민들레의 영토(領土)이해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서러운 깃발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領土)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냐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人情)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江)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이해인 수녀의 시 ‘민들레의 영토(領土)’는 고독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한 존재의 마음을.. 2025. 3. 8.
다니카와 슌타로 「이십억 광년의 고독」 미지의 별로 연결되는 인간의 고독 이십억 광년의 고독다니카와 슌타로 인류는 작은 공 위에서잠을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고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원하곤 한다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어쩌면 네리리 하고 키루루 하고 하라라 하고 있을지)하지만 때로는 지구에 친구를 원하곤 한다그것은 아주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서로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그런고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우주는 자꾸자꾸 부풀러 간다그런고로 모두는 불안한 것이다이십억 광년의 고독 앞에서나는 무심코 재채기를 했다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의 시 「이십억 광년의 고독」은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우주적 관점에서의 관계를 독특한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Ⅰ. 시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울림1. 작은 공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화성인"인.. 2025. 3. 4.
[명시감상] 조병화 「소라」껍데기를 통해 보는 인간의 고독한 내면 소라조병화​바다엔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허무한 희망에몹시도 쓸쓸해지면소라는 슬며시물속이 그립답니다​해와 달이 지나갈수록소라의 꿈도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큰 바다 기슭엔온종일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1. 시를 읽는 즐거움조병화 시인의 ‘소라’는 외로움, 허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소라(소라껍데기)를 통해 인간의 고독한 내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첫 연과 마지막 연에서 반복되는 "저만이 외롭답니다."라는 구절은 시 전체의 정서를 강조하며, 소라의 고립된 상태가 지속됨을 암시합니다.  특히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과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라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망이 점차 굳어지고 사라지는 과.. 2025. 2. 21.
[명시감상]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 홀로코스트 비극의 상징 죽음의 푸가파울 첼란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그것을 저녁에 마신다우리는 그것을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밤에 마신다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그가 그것을 쓰고 집 앞으로 나오면 별이 빛난다 그는 제 사냥개를 휘파람으로 부른다그는 제 유대인을 불러내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그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우리는 너를 아침에 마시고 한낮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 2025. 2. 13.
[명시감상] 곽재구 「사평역에서」 인간의 내면적 고독에 대한 성찰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 2025. 2. 9.
[명시감상] 청마 유치환 「깃발」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깃발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유치환의 시 '깃발'은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시어를 통해 인간 존재와 이상,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특히 인간의 이상과 열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고독을 서정적으로 묘사합니다.Ⅰ. 시의 구조와 핵심 내용1. 소리 없는 아우성첫 소절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은 강렬한 내적 열망을 표현합니다. 이는 말로 표현되지 못하지만 강하게 느껴지는 인간의 이상과 열정을 나타내는 역설적 표현입니다.  2. 푸른 해.. 2025.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