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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시(詩, Poem)

만해 한용운 ❮알 수 없어요❯ 식민시대의 막막함 속에서 느끼는 비애

by 램 Ram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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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만해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출판 비타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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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알 수 없음의 막막함 혹은 알아도 모른 채 해야 하는 안타까움

만해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는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묘사하며 그 근원에 대해 궁금증을 던지는 시입니다. 이 시는 불교적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각 연을 통해 시인은 우리 삶의 여러 요소들을 하나씩 탐구하며, 그 근원과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1.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바람도 없는 고요한 공중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오동잎을 누구의 발자취로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는 자연의 작은 현상조차도 어떤 존재의 흔적일 수 있다는 암시입니다.

 

2.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장마가 끝나고 서풍에 밀려가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누구의 얼굴로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는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이 누군가의 존재를 상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3.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피어나는 향기를 누구의 입김으로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는 향기가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의 숨결일 수 있다는 암시입니다.

 

4. 작은 시내는 누구의 노래입니까

돌뿌리를 울리며 흐르는 작은 시내의 소리를 누구의 노래로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는 자연의 소리마저도 어떤 존재의 노래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5.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바다와 하늘을 만지며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놀을 누구의 시로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적 감각이 누구의 창조물인지 묻고 있습니다.

 

6. 약한 등불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그치지 않고 타오르는 가슴을 누구의 밤을 지키는 등불로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는 시인의 뜨거운 마음과 열정이 누구의 존재를 위해 불타는지 묻는 것입니다.

 

만해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존재의 근원과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인간과 자연,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 삶의 여러 요소들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시인의 질문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현상들 속에 깊은 철학적 의미와 불교적 사상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만해 한용운 ⓒ네이버 이미지
만해 한용운 ⓒ네이버 이미지


Ⅱ. 만해의 문학과 사상

만해 한용운(1879~1944)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승려였습니다. 그의 문학과 사상은 그의 생애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주요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시 "님의 침묵"

그의 가장 유명한 시집인 "님의 침묵"은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한용운이 겪은 민족적 고난과 개인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은 한용운에게 있어 조국이자, 불교적 이상향이며, 사랑하는 이를 상징합니다.

 

2. 자연과 인간의 조화

한용운의 시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는 불교적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고뇌를 동시에 담아내며, 이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의 문제를 탐구합니다.

 

3. 불교적 사상

한용운은 승려로서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체험하고 이를 문학에 반영했습니다. 그의 시는 불교의 무상(無常)과 연기(緣起) 사상을 바탕으로 하며, 인생의 덧없음과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4. 독립운동과 민족주의

한용운은 일제강점기 동안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는 3.1 운동의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서, 조선 독립을 위한 열정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그의 문학과 사상은 민족의 자주성과 독립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5. 평화와 비폭력

불교적 사상에 바탕을 둔 한용운의 사상은 평화와 비폭력을 강조합니다. 그는 폭력을 통한 독립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유와 평등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이는 그의 승려로서의 신념과도 일치합니다.

 

6. 자유와 평등

한용운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그의 시와 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입니다.

 

만해 한용운의 문학과 사상은 그의 생애와 경험에서 깊이 우러나온 것입니다. 그의 문학은 불교적 사상과 민족주의적 열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의 사상은 평화, 비폭력, 자유와 평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용운은 이러한 문학과 사상을 통해 자신의 시대적 아픔을 표현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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