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37 [명시감상]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 홀로코스트 비극의 상징 죽음의 푸가파울 첼란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그것을 저녁에 마신다우리는 그것을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밤에 마신다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그가 그것을 쓰고 집 앞으로 나오면 별이 빛난다 그는 제 사냥개를 휘파람으로 부른다그는 제 유대인을 불러내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그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우리는 너를 아침에 마시고 한낮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 2025. 2. 13. [명시감상] 곽재구 「사평역에서」 인간의 내면적 고독에 대한 성찰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 2025. 2. 9. [명시감상] 청마 유치환 「깃발」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깃발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유치환의 시 '깃발'은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시어를 통해 인간 존재와 이상,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특히 인간의 이상과 열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고독을 서정적으로 묘사합니다.Ⅰ. 시의 구조와 핵심 내용1. 소리 없는 아우성첫 소절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은 강렬한 내적 열망을 표현합니다. 이는 말로 표현되지 못하지만 강하게 느껴지는 인간의 이상과 열정을 나타내는 역설적 표현입니다. 2. 푸른 해.. 2025. 2. 5. [명시감상]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상실과 소외의 상징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2025. 1. 31. [명시감상]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두 번이란 없다」 시간의 불가역성 두 번이란 없다비슬라바 쉼보르스카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일어나지도 않는다.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서실습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꼴찌라 하더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같은 공부는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하나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이제, 누군가가 내 곁에서네 이름을 불렀을 때,내겐 열린 창으로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꽃인가? 혹 돌은 아닐까? 악의에 찬 시간, 너는 왜쓸데없는 불안에 휩싸이니?그래서 넌-흘러가야만 해흘러간 것은-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일치점을 찾아보자.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영롱한 물처럼 서로 다르더라도. 비슬.. 2025. 1. 30. [명시감상] 김남조 「물망초」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기억해 주세요 물망초김남조기억해 주어요부디 날 기억해 주어요나야 이대로 못잊는 연보라의 물망초지만혹시는 날 잊으려 바라시면은유순히 편안스레 잊어라도 주어요나야 언제나 못잊는 꽃이름의 물망초지만깜깜한 밤에 속이파리 피어나는나무들의 기쁨당신 그늘에 등불 없이 서 있어도달밤 같은 위로사람과 꽃이영혼의 길을 트고 살았을 적엔미소와 도취만의큰 배 같던걸당신이 간 후바람결에 내버린 꽃빛 연보라는못잊어 넋을 우는물망초지만기억해 주어요지금은 눈도 먼물망초지만 물망초(forget-me-not , 勿忘草)는 보라색이나 파란색 작은 꽃을 피우는 식물로, 꽃말인 "나를 잊지 말아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북반구의 온대 지역에서 자라며, 아름다운 외형과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꽃입니다. Ⅰ. 물망초의 식물적 특성1. .. 2025. 1. 26. [명시감상] 「눈물」과 보석과 별의 시인 김현승 눈물김현승 더러는옥토(沃土)에 떨어지는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금가지 않은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시듦을 보시고열매를 맺게 하신당신은나의 웃음을만드신 후에새로이 나의 눈물을지어 주시다. 김현승의 시 「눈물」은 인간의 순수한 본질과 삶의 여정에서 느끼는 희로애락, 특히 눈물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Ⅰ. 시의 맛 음미하기1. 자연과 생명의 순환시에서 언급된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은 생명의 근원적이고 순환적인 본질을 상징합니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생명을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도 삶의 시작점에서 소중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 2025. 1. 20. [명시감상]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사랑은 시처럼 온다 즐거운 편지황동규 1.내 그대를 생각함은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는 사랑과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고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시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적이고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 2025. 1. 14. [명시감상]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인간의 외로움은 어디서 발현하는가? 수선화에게정호승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인간의 삶과 외로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견디는 방법에 대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이 시는 인간의 삶에 내재된 고독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것.. 2025. 1. 12.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