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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시(詩, Poem)

『커피를 내리며』 ​허영숙 시, 커피 향에 스미는 일상

by 램 Ram 2024.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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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며

허영숙

 

ⓒuto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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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는 일처럼

사는 일도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둥글지 못해

모난 귀퉁이로 다른 이의 가슴을 찌르고도

아직 상처를 처매주지 못 했거나

 

​우물 안의 잣대를 품어

하늘의 높이를 재려는 얄팍한 깊이로

서로에게 우를 범한 일들

 

​아주 사소함까지도

질 좋은 여과지에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일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것처럼

마음과 마음은 온도 차이로 성에를 만들고

닦아내지 않으면

등을 보여야 하는 슬픈 배경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 밖 경계선을 넘어와서

눈물 나게 하는 기억들

 

이 세상 어디선가

내게 등을 보이고

살아가는 배경들이 있다면

걸러내서 향기로 마주하고 싶다

 

​커피 여과지 위에 잊고 산 시간들이

따뜻하게 걸러지고 있다


출판 수필과비평사
출판  수필과비평사


Ⅰ. 시를 읽는 즐거움

허영숙 시인의 시 '커피를 내리며'는 삶의 여러 측면을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 비유하여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 시의 향기

'커피를 내리며'는 커피를 내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불필요하고 아픈 부분들을 걸러내고 싶은 바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겪는 여러 갈등과 상처, 사소한 일들까지도 걸러내어, 진정한 의미와 향기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2. 각 구절에서 전해지는 느낌

"커피를 내리는 일처럼 사는 일도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커피를 내리는 것처럼 인생의 불필요한 부분들도 걸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현합니다.

 

"둥글지 못해 모난 귀퉁이로 다른 이의 가슴을 찌르고도 아직 상처를 처매주지 못 했거나"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그 상처를 아직 치유하지 못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우물 안의 잣대를 품어 하늘의 높이를 재려는 얄팍한 깊이로 서로에게 우를 범한 일들"

좁은 시각과 얕은 생각으로 서로를 판단하며 실수한 일들을 표현합니다.

 

"아주 사소함까지도 질 좋은 여과지에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은 사소한 일들까지도 걸러내어 순수한 마음과 의미만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사는 일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것처럼 마음과 마음은 온도 차이로 성에를 만들고 닦아내지 않으면 등을 보여야 하는 슬픈 배경"

사람들 사이의 감정과 관계가 투명하지만 차가운 유리벽에 비유됩니다. 감정의 차이로 인해 벽에 성에가 끼고, 이를 닦아내지 않으면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슬프게 묘사합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 밖 경계선을 넘어와서 눈물 나게 하는 기억들"

때때로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라 가슴을 아프게 하며,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순간들을 표현합니다.

 

"이 세상 어디선가 내게 등을 보이고 살아가는 배경들이 있다면 걸러내서 향기로 마주하고 싶다"

과거의 상처나 아픈 기억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걸러내고 향기롭게 기억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냅니다.

 

"커피 여과지 위에 잊고 산 시간들이 따뜻하게 걸러지고 있다"

커피 여과지 위에서 시간과 기억들이 걸러지며 따뜻한 향기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허영숙 시인의 '커피를 내리며'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통해 삶의 고통과 불필요한 부분들을 걸러내고, 순수하고 따뜻한 기억과 의미만을 남기고자 하는 깊은 바람을 섬세하게 표현한 시입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 삶의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허영숙 시인 ⓒ시마을
허영숙 시인 ⓒ시마을


Ⅱ. 시인의 세계

허영숙 시인은 시마을 개설초기부터 시마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으며, 시마을 운영위원회 사무국장을 오랫동안 맡아 시마을 발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06시안으로 등단하였으며, 2018<전북도민일보> 소설부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바 있습니다. 시집으로 바코드, 뭉클한 구름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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