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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봄은 우리에게 어떻게 오는가?

by 램 Ram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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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봄은 어떻게 오는가? 도시에서는 봄이 매스컴을 통해서 오고, 황사로 온다.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응원의 함성으로 온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봄이 오는 소리를 매일매일 오감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다.

 

3월 초·중순만 해도 뒤척이고 쭈뼛거리던 봄이 하순 들어서는 오랑캐처럼 물밀 듯이 밀려온다. 숙사 들녘 너머로 겨우내 야위어 쫄쫄거리던 서시천(西施川)은 조금씩 살이 올라 햇빛에 반짝이며, 낮은 곳으로 모태를 찾아 뱀처럼 길게 흘러간다..


봄이 오는 서시천 풍경 ⓒ임경욱
봄이 오는 서시천 풍경 ⓒ임경욱

 


깊지 않은 물 웅덩이에는 봄맞이를 나온 황새,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들이 먹이사냥을 하거나, 한가로이 볕 바라기를 하고 있다. 물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수양버들에는 어느덧 물이 올라 연둣빛이 묻어나는 실가지를 흔들며 이방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천변으로 군데군데 형성된 갈대숲은 지난 가을빛 그대로 퇴색된 채 온갖 생명체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작은 새들의 수런거리는 소리와 야생동물들의 느린 몸짓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들도 모두 잠에서 깨어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이다.

 

·밭두렁과 서시천 둑 양지쪽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양각색의 어린 풀꽃들이 별처럼 무리 지어 피어난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꽃들이다. 아주 작은 식물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예쁜 꽃이다.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 생명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구례읍내장낭 풍경 ⓒ임경욱
구례읍내장낭 풍경 ⓒ임경욱


정겨운 시골 장날 풍경

 

일요일인 23일에는 모처럼 오일장에 들렀다. '구례읍내장'이라 불리는 구례읍 오일장날은 3일과 8일이다. 꽃놀이를 나온 상춘객들이 시장으로 몰려, 겨우내 스산했을 시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수선화, 튤립, 천리향 등 봄꽃이 만발한 꽃집이 단연 인기다. 뭐니 뭐니 해도 봄은 꽃이다. 각가지 꽃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는 계절이다.

 

봄나물이 즐비한 노점상을 지나면 배를 채워줄 여러 가지 주전부리와 먹거리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각종 한약제전과 어물전도 성시를 이룬다. 마침 점심때라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런저런 물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시와는 다른 정겨움도 있다. 옛날처럼 가격을 흥정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봄을 가득 싣고 나온 상인들이 나눠 주는 봄향기가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봄꽃처럼 화사하고 풍요롭게 해 준다..

 

상인들이 여기저기서 맛보라고 나눠주는 먹거리 만으로도 요기가 될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 이런 맛에 시장을 찾는다. 나는 알이 작은 유정란 두 판을 1만 원에 사고, 먹기에 딱 좋은 크기의 사과 몇 알을 사들고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 좋은 나들이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구례읍내장날 꽃집 풍경 ⓒ임경욱
구례읍내장날 꽃집 풍경 ⓒ임경욱


다섯 가지 쌈채소 모종을 심었습니다

 

어제 25일에는 쌈채소를 심었다. 꽃상추, 적상추, 청경채, 비트, 적겨자 등 이름이 다소 생소한 다섯 가지 채소 모종을 한 이랑에 2030그루씩 나눠 심었다. 비닐하우스 내에 마련된 텃밭은 로터리작업을 한 지 오래되어 푸석푸석했다. 세대별로 구획을 짓고 서투른 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적당히 두둑을 만들고 물을 듬뿍 뿌린 후 그 위에 심었으니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잡초가 걱정되는 세대에서는 비닐멀칭을 한 다음 그 위에 심는다. 농사를 꼼꼼히 짓는 사람들이다. 하우스 안이라 잡초는 덜하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비닐을 씌우고 심는 세대를 보니 괜히 걱정스럽다.

 

잡초가 나면 몸고생을 좀 더하지 하는 마음으로 위로를 해본다. 오늘 정식한 채소들은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추는 빠르면 5월 말에 수확이 가능하단다. 채소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성실하게 관리해 주는 것이 내 몫이다.


텃밭에 다섯 가지 쌈채소 모종을 심었습니다 ⓒ임경욱
텃밭에 다섯 가지 쌈채소 모종을 심었습니다 ⓒ임경욱


인위적으로 키워진 모종이라 관리를 소홀히 하면 말라죽기 십상이다.. 어느 정도 활착을 할 때까지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환경에 민감하고 병해충에 취약한 어린 채소들이 튼실하게 자라게 하는 방법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늘 대하는 채소들이라 마냥 낯선 상황만은 아니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이들도 사랑을 먹고 자랄 것이다. 사랑을 듬뿍 받으면 잘 자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병약해지거나 종내에는 죽고 말 것이다. 내에게는 이들에게 나눠줄 사랑이 충분이 충만해 있는 걸까?? 아마도 이들은 나의 사랑을 몸짓으로 알려줄 것이다. 대지에서 솟구치는 봄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 이 글은 2025. 3. 26.() 오마이뉴스(https://omn.kr/2cr6e) 기사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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