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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가족이란 무엇인가? SNS로 외로움을 달래주는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

by 램 Ram 202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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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 기후대에 속하는 필리핀 다바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우기다.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자주 내려 덥고 습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손녀, 손자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 나와 있는 새에 손자 하나가 더 태어났다. 내가 외롭지 않게 하려고 아들들 내외가 손녀, 손자의 자라는 모습을 수시로 SNS에 업데이트해 준다..


젊은 세대의 슬기로운 육아 생활

청년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많다는데, 나는 참 복을 많이 받았다. 형보다 먼저 결혼한 작은아들 둘째는 결혼하고 이듬해에 첫 손녀를 안겨주더니, 올해 초에는 세 살 터울의 손자를 안겨주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 재건지원단으로 파병 중이었는데 부대의 배려로 출산 1주일 전에 귀국해서 아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은아들네는 며느리가 육아 때문에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운다. 그런데도 며느리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다는 걸 알고 육아휴직까지 냈단다. 둘이서 알콩달콩 아이들 끼우느라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큰아들 첫째는 작은아들보다 1년 늦게 결혼해 맞벌이하고 있다. 결혼 2년 차인 지난해 봄에 아들을 낳았다. 손자는 어느새 돌을 넘겨 달려 다닌다. 며느리는 출산 후 10개월 정도 휴직하고 아이를 길렀다. 복직 후에 손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유아원에 다니며 적응을 잘한다고 한다. 아침 일찍 등원시키고 퇴근 후에는 시간 맞춰 데려와야 하는데,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육아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손녀 손자의 다정한 낮잠 ⓒ임경욱
손녀 손자의 다정한 낮잠 ⓒ임경욱


부모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독립해서 직장생활에 육아까지 잘 해내고 있는 아들들 부부가 참 고맙고 기특하다. 백일과 돌, 생일 등 기념일은 빠트리지 않고 잔치도 해주고, 기념 촬영도 잘 챙기는 걸 보니 우리 세대의 육아와는 결이 다른 종합예술인 듯하다. 더욱이 결혼 전부터 현재까지의 일상을 모두 SNS에 기록으로 남기며, 가족의 역사를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것을 보노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두 아들이 벌써 이렇게 장성해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걸 보면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느끼게 된다. 우리 세대는 바쁘게 사느라고 아이들이 어떻게 컸는지도 모르겠는데, 이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몸소 체득해 가고 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결국은 사람과 사물과 사회와 자연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마처 세대’의 우울한 자화상

주변에 독신으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젊고 활력이 넘칠 때는 자유분방하게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노년기로 접어들면 가까웠던 친구들도 하나씩 멀어지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나의 존재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함께하고 의지할 가족이 없다는 건 얼마나 허허로운 일일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최근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에서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960년대생(55~64) ‘마처 세대’ 980명을 대상으로 웹과 모바일 조사를 시행해 결과를 발표했는데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1960년대 세대를 마처 세대라고 하는데, 마처 세대를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1960년대생이 이에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백일기념 큰아들네 손자 백일사진 ⓒ 임경욱
백일기념 큰아들네 손자 백일사진  ⓒ 임경욱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후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세대로, 2024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응답자 3명 중 1명꼴인 30.2%는 스스로가 고독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4·19 혁명, 5·16 군사정변의 역사적 격동기에 태어나 군사정권 내내 우리나라의 경제 재건과 민주주의 정착에 땀과 피를 뿌려 헌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비관하며, 자신의 노후를 우려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급속한 가족의 해체는 이렇듯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며, 조국 근대화에 앞장선 이들마저 방치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처 세대는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가족은 우리 삶의 울타리 역할을 해준다. 건강한 가족 없이는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손녀, 손자의 재롱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나의 남은 생에 가족은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나눠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아버지, 다정한 할아버지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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