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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6·25 전쟁의 상흔

by 램 Ram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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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해외봉사] 6·25 필리핀 참전용사 및 가족들과 함께한 위로 행사

 

25일 6·25전쟁 제74주년을 맞아 이곳 필리핀 다바오에서도 한인회 주관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지역 6·25 참전용사 중에 유일하게 살아계시는 96세의 마르셀로 오르티고자(Marcelo Ortigoza)를 포함한 10가정의 유족들 100여 명과 다바오시, 경찰서, 군부대 및 유관기관 관계자와 한인회 회원 등 12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필리핀은 매년 마닐라에서 6·25 참전을 기념하는 국가적 행사를 거행합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따로 행사가 마련되지 않아 그들이 쓸쓸히 잊히던 차에 다바오한인회 맹봉호 회장과 임원들이 뜻을 모아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그간 다바오한인회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해 한국의 평화를 위해 애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을 기리고자 고심해 왔습니다. 국가기관과 민간단체, SNS 등 여기저기 수소문해 다바오시뿐만 아니라 민다나오섬 전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 가족들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자료와 사진을 수집했답니다.


필리핀 다바오 6·25 전쟁 참전용사 및 가족들 ⓒ임경욱
필리핀 다바오  6·25  전쟁 참전용사 및 가족들    ⓒ 임경욱


원래 민다나오섬에선 1,200여 명이 6·25 전쟁에 참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 생사마저 알 길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10가정과 연락이 닿아 오늘 행사를 조촐하게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국가나 공적 기관의 도움 없이 순수한 민간단체가 이런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 실로 가슴 벅찼습니다. 국가의 위상은 경제적 원조, 개발 협력사업보다도 이런 작은 것들을 챙겨주는 것으로 올라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양국의 국가 제창으로 시작된 행사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참전용사 가족 소개, 한인회 회장 인사말, 한국전 비디오 상영, 그리고 감사패와 선물 증정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생존해 계신 마르셀로 오르티고자 용사의 메시지 낭독으로 공식행사를 마쳤습니다.

 

걷는 것이 불편해 가족들의 도움으로 행사장에 참석한 마르셀로 오르티고자 옹은 메시지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뜻깊은 행사에 참석해 기쁘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식후 행사로는 필리핀 민속춤, KOICA 최경식 봉사단원의 마임 공연, 필리핀 학생들로 구성된 댄스팀의 K-pop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위한 위로연으로 준비된 오찬은 그들에게 한국의 고맙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특별히 한식으로 마련됐습니다.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파병한 16개 국가 중 6번째로 많은 7,420명의 인력을 파병했습니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상륙했으며, 필리핀 전 대통령 피델 라모스도 참전용사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필리핀 파병 용사 중 120명이 사망했으며, 실종자 12, 부상자 229, 포로 41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506월부터 31개월에 걸친 6·25 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 그리고 참전 외국군까지 더해 25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로 인해 약 20만 명이 배우자를 잃었고, 전쟁고아만 10여만 명이 넘습니다. 1천여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생겼습니다. 공공기관 건물의 4분의 3이 파괴되거나 손상되었고, 80%의 산업시설과 공공시설, 교통시설이 파괴되었습니다.


하늘색 조끼를 입은 분이 96세의 마르셀로 오르티고자(Marcelo Ortigoza) 옹입니다. ⓒ임경욱
하늘색 조끼를 입은 분이  96 세의 마르셀로 오르티고자 (Marcelo Ortigoza)  옹입니다 .  ⓒ 임경욱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살상을 수반합니다. 그것도 죄 없는 어린이, 여성, 민간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임을 당합니다. 세계사를 돌이켜보면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이 지닌 지울 수 없는 공격적 본능이 발동하여 끊임없이 침략하고, 약탈하고, 살상을 자행했습니다. 그런 무모한 야만의 전쟁이 21세기에도 계속된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입니다.

 

이제 모든 지구인의 평화와 자유를 꿈꾸는 것 자체가 낭만적 감정소비일지도 모릅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더 정교하고 위력적인 고도의 살상 무기를 만들어 종내에는 모두 자멸하고 말 것입니다. 사람들의 인성은 더 황폐해져 가고 인간성이 말살되어 갑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그들이 바로 우리입니다. 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인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자국의 이익보다는 범지구적인 넓은 시야로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키고 지구환경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것만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최고의 과제입니다.

 

이날 마련된 조촐한 행사를 지켜보면서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의 뒤에 드리운 영광스러울 것도, 자랑스러울 필요도 없는 쓸쓸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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