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애송시46 [명시감상] 윤동주의 「서시(序詩)」 윤리적 고뇌와 자기성찰의 정수 서시(序詩)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序詩)」는 윤동주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며, 순결하고 진실한 삶을 추구하려는 다짐을 담담하면서도 비장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1. 시의 감상 및 해설(1) 시의 전체 분위기와 주제「서시」는 윤동주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도 양심과 도덕적 순결을 지키며 살고자 한 다짐의 시입니다. 그는 타인의 억압이나 외부 환경에 맞서기보다, 자기 안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내면적 성찰을 통해 삶의 길을 모.. 2025. 5. 6. [명시감상] 김동환 「산너머 남촌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시작되는 곳 산너머 남촌에는김동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나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김동환의 「산 너머 남촌에는」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정겨운 고향의 정서를 그리워하는 서정시입니다. 시인은 ‘남촌’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그곳을 둘러싼 자연 풍경, 향기,.. 2025. 5. 1. [명시감상]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사랑의 상실이 주는 절절한 슬픔 접시꽃 당신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을 줄 모르고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무너지.. 2025. 4. 23. [명시감상] 도종환의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사랑의 불확실성과 그리움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도종환 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벌판 가득한눈발 속 더 지나가슴을 후벼파며내게 오는 그대여등에 기대어흐느끼며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진눈깨비와함께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견딜 수 없을 만치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도종환 시인의 시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는 사랑의 본질과 그 도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사랑이란 감정이 단순히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그리움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1. 시 감상(1) 사랑의 불확실성시의 반복적인 구절인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는 사랑이.. 2025. 4. 20. [명시감상] 배은미 '마음을 열어주는 단 한 사람' 그런 사람을 갖고 싶다 마음을 열어주는 단 한 사람배은미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 한잔을 마시며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 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꼭 한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사람이별을 말하면 이슬 고인 눈으로 보아주는 사람희망을 말하면 꿈에 젖어 행복해하는 사람 험한 세상에 굽이마다 지쳐가는 삶이지만때로는 차 한잔의 여유 속에 서러움을 나누어 마실 수 있는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굳이 인연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찻잔이 식어 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 향이 나는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이 시는 잔잔한 헤이즐넛 커피 향처럼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일상 속 외로움과 마음.. 2025. 4. 13. [명시감상] 김소월의 「개여울」 인간 내면의 깊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철학 개여울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그리합니까?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돋아 나오고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않노라시던그러한 약속이 있었겄지요 날마다 개여울에나와 앉아서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가지는않노라심은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개여울은 물이 얕고 흐름이 빠른 하천의 구간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일반적으로 강이나 하천에서 물이 바닥의 돌이나 자갈에 부딪히며 흐르는 부분을 가리키며, 물살이 비교적 세고 소리가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여울은 자연환경 속에서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며,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문학 작품이나 시에서 '개여울'은 종종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며, 변화, 이별, 혹은 감정의 격동을 표현하는 데 활용되기도 합.. 2025. 4. 12. [명시감상]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봄날의 찬란한 슬픔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 시를 읽는 즐거움이 시는 모란꽃을 통해 기다림, 덧없음, 그리고 봄날의 찬란한 슬픔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1)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시인은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봄’, 즉 기쁨과 희망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2).. 2025. 4. 7. [명시감상] 김소월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진달래꽃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藥山)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시 중 하나로, 이별의 슬픔과 아름다운 정한(情恨)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떠나는 임을 원망하거나 붙잡지 않고, 오히려 꽃길을 마련해주며 조용히 보내겠다는 화자의 태도를 통해 애절한 사랑과 희생적인 정서를 보여줍니다.1. 시를 읽는 즐거움(1) 이별에 대한 태도화자는 떠나는 임을 붙잡지 않고, 오히려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라며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깊은 사랑에서.. 2025. 4. 4. [명시감상] 아름다운 이 세상 천상병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귀천(歸天)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은 죽음을 마치 여행의 끝자락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묘사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자 합니다. 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달관자적 삶1.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시인은 죽음을 '하늘로 돌아가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환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 .. 2025. 4. 1.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