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슬 되어, 바람 되어
마음 하나 심장 깊숙이 심어
허구헌 날, 온통 그리움뿐
휘젓고 돌아치고 달궈지고 몰아세우는
너는 누구더냐.
잊고 살자 다짐해도
혼절의 무게로 다가와
버릇처럼 세포마다 문신 새기고
내 안에 오직 너로만 퐁퐁 샘솟게 하는,
너는 대체 누구더냐.
눈 멀어 귀 멀어
붉은 꽃물 모다 모아
옴팡지게도 스미게 하는 너
사랑하고도 외롬을 질끈 동여맨
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무딘 침묵의 어깨를 넘어
담장의 넝쿨 장미, 오지게도 달게 피듯
사랑, 그 천 개의 그리움
붉은빛으로 가슴팍에 빙빙
허구헌 날, 나를 놓아주질 않는구나.
양애희 詩
시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이라는 걸
마음 절절히 짜내 엮었습니다.
시인의 모든 일상 속에 각인되어 함께 하는 그리움은 그가 형상화시킨
홀로그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류시화의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애절하게
마음을 투영해 보인 듯합니다.
시인을 붙잡고 있는 그 그리움의 실체가 집요하진 않은 것 같은데,
아마도 시인의 여린 마음이 그것을 놓지 못하니,
허구헌 날 그의 주위를 서성이는 모양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내 안에 가둬두고 묶여 살거나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내 안 어딘가에도 있을 ‘사랑, 그 천 개의 그리움’이 언제부턴가는 보이질 않습니다.
세파 속에 허우적거리며 사느라 무뎌지고 뭉개진 탓이겠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입니다.
양애희 시인은 1970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습니다.
2005년 한울문학(당신도 나만큼 그리워합니까 외 2편)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2009년 창조문학신문사 신춘문예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녹색문단에 ‘은사시나무 아래에서 우는 여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는 녹색문단 이사, 현대문학사조 정회원, 건국신문 사회부 기자, 움터 문학 정회원,
시와 수상 문학 정회원,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인지 「동백피다」, 「물푸레나무 숲에 서다」를 출간했습니다.
그의 마음을 뜨개질 한 따뜻한 시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SNS를 통해 전파되어 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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