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와 있다 보니 책을 구입하기가 힘들어 전자책을 구독해 읽는 것이 편하다. 그 대신 읽고 싶은 책이 비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진열된 책을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걸로 정한다.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도 숲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아 전자도서관의 내 서재에 담았다. 그런데 숲과는 조금 거리가 먼 국립생태원 이야기다. 공공기관 경영 성공의 증거가 된 생물학자 최재천 작가가 초대원장으로 국립생태원을 경영하며 일군 경험을 경영자들에게 거울삼아 보이기 위해 꼼꼼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 일원에 조성되어 2013년 10월 28일에 개원한 국립생태원은 환경부 산하기관이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비롯하여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연구‧전시‧교육 공간이다.
Ⅰ. 공공기관 경영 성공의 증거가 된 생물학자
21세기의 지구는 생태계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멸종 위기종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생태 조사‧연구, 생태계 복원 및 기술개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립된 기관인 만큼 그 역할이 막중하다.
국립생태원은 두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쏟은 열정을 생각하며 낯익은 풍경들을 이미지화하곤 했다. 대표적인 꼰대 집단으로 인식되는 대학교수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그 집단의 직원들은 생태적으로 싫어한다. 더욱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나중에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거나 운영이 어려워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국립생태원의 초대원장으로 선임되어 해마다 100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연구‧교육․전시를 융합한 아시아권역 생태분야 대표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평생을 학자의 길을 걸어온 그가 경영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삶의 자세와 가치관이 확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원들을 배려와 겸손으로 대하며 통섭의 철학으로 공감경영을 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가 만든 경영 십계명을 보면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물론, 얼마만큼 소통과 공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몸소 실천하려고 애썼는지 확연하게 나타난다.
❋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
하나, 군림(君臨) 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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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달리 공공기관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경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경영보다는 훨씬 어려운 영역이다. 그가 원장으로 재임한 3년 2개월을 스스로 겸손과 배려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니 그의 인생 전반이 그러할 것이다. 직원들을 인격체로 대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직원들 위에 군림(君臨)하지 않고 군림(群臨)하려 노력했다.
Ⅱ. 공공기관이 나아갈 방향
국립생태원은 연구, 교육, 전시 세 마리 토끼를 쫓는 기관이다.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육과 전시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연구, 교육, 전시가 트라이앵글을 이룬 채 서로 균형을 유지할 때 기관 본연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이며, 그에 따라 기관도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그 어려운 공공경영의 표본을 만들었다. ‘세계 난 전시회’와 ‘개미세계탐험전’과 같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을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오지로 불러 모았다. 대부분의 정치교수들이 관가에 기웃거리며 위원회 감투나 쓰려하고, 연구비나 타내려 하는 걸 무수히 봐왔기에 EBS 방송에서만 마주하던 그의 삶이 새삼 존경스럽다.
그는 말한다. 일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영혼이 자유로워진다고. 자본주의의 고질인 과소비를 덜어내고 단순한 삶을 살면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고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그는 공공기관 경영 성공의 증거가 된 생물학자이며 교수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모든 공공기관 경영자들이 반드시 필독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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