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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박지수의 '나의 꿈 부자 할머니'가 가르쳐 주는 재테크

by 램 Ram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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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고물가에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출판가에도 자기 계발, 재테크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난해한 경제용어에 세계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나 학설 등을 인용해 관념적이고 도식적으로 기술되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반면에 최근 접한 박지수의 나의 꿈 부자 할머니는 읽는 내내 눈썰매를 타는 듯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책이란 독자들에게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는 즐거움도 함께해야 한다. 지은이의 해박한 경제 지식이 글쓰기 기법과 잘 조합되어 응축된 작품이다. 전달력이 탁월한 만큼 흡입력이 뛰어나 그 내용이 읽는 이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직장인들이 실패하지 않는 투자 비법

이야기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30년이 넘은 한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30대 중반 여성과 70대 중반의 부자 할머니 송여사가 우연히 친구가 되어 풀어가는 경제 이야기다. 난해하고 접근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 개념과 재테크 요령을 소설 형식으로 전개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주인공 한지윤은 진급에서 밀린 후 도피하듯 1년간 네 살배기 딸을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독박 육아로 지쳐가는 그녀에게 어느 날 구세주처럼 부자 할머니가 나타난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품위 있고, 교양있고, 멋있는 부자 할머니다.

 

그런 할머니가 한지윤을 만나자마자 호감을 느끼고 자신의 재테크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한다.

 

투자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오를 것을 사는 게 투자야. 공부하지 않고 투자하는 게 위험한 거지, 투자 자체는 위험한 게 아니란다.

 

부자 할머니는 젊어서 일찍 재리에 눈은 떠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했다. 지금은 부동산 임대 수입과 주식투자, 명품투자 등 취미 삼아 투자를 하는 정도다. 그러나 지금도 부동산의 불패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확실한 신념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부동산은 상승할 것이란 게 그 이유다.

직장인들에게 딱 맞는 저글링투자법

그러나 모아둔 종잣돈이 없고 목돈마련이 어려운 지윤에게는 저글링투자법을 권한다. 저글링을 돌리듯 배당주, 공모주, 달러에 돌아가면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위엄 부담 없이 장기투자가 가능할 뿐 아니라, 투자에 집중할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 딱 맞는 투자법이란다.

 

이런 분석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소설 속에서 제시한 두 종목을 검색해 봤다. 먼저 삼성전자다. 20042월 말 종가가 10,900원이었다. 그리고 20년 후인 20242월 말 종가는 73,400원이었다. 무려 6.7배가 올랐다. 삼성화재는 20042월 말 종가가 75,700원이었으나, 20242월 말 종가는 298,000원으로 3.9배가 뛰었다. 배당소득과 이를 복리로 적용하면 훨씬 더 큰 이득이 날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화폐가치는 어떻게 변할까.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물가지수에 의하면, 물가상승 배수가 0.62820042월 말 6,280원의 가치가 20242월 말에는 10,000원의 가치란다. 주식투자와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다.

 

재테크는 특별한 게 아니야.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해. 그래야 일상도 투자도 잡을 수 있거든.

 

지윤은 부자 할머니의 투자법을 전수받아 열심히 공부할 뿐 아니라, 그녀의 인생철학, 삶의 태도, 생활방식까지도 자기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다 복직 3개월을 앞두고 갈등에 빠진다. 지옥 같은 직장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육아에 전념할 것인가. 하지만 돈이 그녀를 다시 직장으로 내몬다. 복직하지 않고서는 그녀가 꿈꾸는 미래의 부자 할머니가 되기는 요원했기 때문이다.

 

복직하는 대신, 틈틈이 경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저글링투자법을 활용해 우량 배당주를 사서 모으고, 공모주에 투자하는 한편, 달러의 시세를 포착해 매입매도함으로써 작은 성취를 맛보기도 한다.

 

비장하게 재테크 공부를 하겠단 생각 말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하면 좋겠어.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네.

 

복직하던 그해 겨울에는 그가 사는 아파트 옆 동에 좋은 매물의 아파트가 있어 내 집 마련의 꿈까지 이룬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재테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혈투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고, 고군분투해서 성공하는 방법밖에 없다. 모든 것이 돈으로 정의되고 돈으로 해결되는 사회에서 돈은 무소불위의 힘을 지녔다. 모든 희노애락이 돈에 달려 있다. 말 그대로 돈생돈사다.

 

이게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답게 살려면 경제적 독립은 필수다. 소설을 끝까지 읽는 즐거움은 있었으되, 돈의 존엄 앞에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인간실존의 허무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재테크는 누구나 경험하거나 꿈꾸어 봤을 이야기다. 나도 젊은 시절에 시류를 쫓아 주식에 손을 댔다가 많은 돈을 날렸다. 공부하지 않고 전문지식 없이 무모하게 덤빈 대가는 참으로 크고 깊은 상처를 안겨 줬다. 공부하는 습관이 성공으로 이끄는 지렛대라는 것은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갓생 챌린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성투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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