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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시(詩, Poem)

기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한국인의 애송시 100선

by 램 Ram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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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우리들의 발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왜 이리 더디고

희망은 왜 이리 강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우리들 사랑도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미라보 다리 ⓒshutterstock
미라보 다리 ⓒshutterstock


Ⅰ. 시 감상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시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는 시인이 사랑과 시간의 흐름을 주제로 쓴 서정시입니다. 이 시는 프랑스 파리의 미라보 다리 아래 흐르는 세느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시인은 사랑의 소멸과 시간의 무상함을 강물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애잔하며, 사랑의 기쁨과 고통,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사랑은 지나간다는 구절에서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무상함 속에서도 자기 자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라는 반복적인 구절은 시인이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존재는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과 삶의 무게를 견디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이 시에서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라는 구절은 어두운 밤이 오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는 시인의 태도를 나타냅니다. 종소리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며, 그 시간 속에서의 개인적 성찰을 촉구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미라보 다리는 사랑의 덧없음과 시간의 흐름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강물의 흐름과 함께 아름답게 그려낸 시입니다. 이 시는 사랑과 이별, 시간의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으며, 우리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기욤 아폴리네르 ⓒ민음사 출판그룹
기욤 아폴리네르 ⓒ민음사 출판그룹


Ⅱ. 작가의 삶과 문학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는 프랑스의 시인, 작가, 비평가로, 20세기 초 프랑스 문학과 예술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폴란드계 귀족 출신의 어머니와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여러 나라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아폴리네르는 1900년대 초반 파리에 정착하여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문학과 예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루소, 마르셀 뒤샹 등 당대의 주요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당시 유럽의 전위적인 예술 운동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그는 피카소의 작품을 입체파(Cubism)로 정의한 인물로도 유명하며, 초현실주의(Surrealism)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여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경향을 주창했습니다.

 

아폴리네르의 시는 형식과 내용에서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실험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알코올(Alcools)이 있으며, 이 시집에는 전통적인 구두점 없이 작성된 시들이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리듬과 읽기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시에서는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이미지, 사랑과 고독, 시간과 기억 등의 주제가 자주 다뤄집니다.

 

미라보 다리는 이러한 그의 시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간의 흐름과 사랑의 덧없음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폴리네르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으며, 전쟁 중 머리에 중상을 입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영향력은 이후 세대의 많은 시인들과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졌으며, 오늘날에도 프랑스 문학과 예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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