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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시인2

[명시감상] 양성우의 「겨울 공화국」 그 혹독한 겨울의 기억 겨울 공화국양성우​​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눈을 뜨면서 뜨겁게 뜨겁게 숨 쉬는 것을 보았는가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가라앉으며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부르면서불끈불끈 주먹을 쥐고 으드득으드득이빨을 갈고 헛웃음을 껄껄걸 웃어대거나 웃다가 까무라쳐서 한꺼번에 한꺼번에죽어가는 것을 보았는가​총과 칼로 사납게 윽박지르고 논과 밭에 자리나는 우리들의 뜻을군홧발로 지근지근 짓밟아대고 밟아대며조상들을 비웃어 대는 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논과 밭이 얼어붙은 겨울 한때를여보게 우리들은 우리들은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삼천리는 여전히 살기 좋은가 삼천리는여전히 비단 같은가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날마다 우리들은 모른 체하고 다소곳이 거짓말에 귀기울이며뼈 가르는 채찍질을 견디어내야 하는 노예다머슴이다.. 허수아비다.. 2024. 12. 9.
명시 감상, 한용운 님의 시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 202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