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 시(詩, Poem)

[명시감상] 자크 프레베르 「고엽」 샹송으로 더 유명한 시와 음악의 조화

by 램 Ram 2025. 7. 5.
반응형

고엽(Les Feuilles Mortes)

자크 프레베르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한 나날을
그 시절 삶은 훨씬 더 활발했고
인생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갈퀴로 긁어모은 마른 이파리
나는 그 나날을 잊을 수가 없어
나는 또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다

갈퀴로 긁어모은 마른 이파리들
추억과 후회 또한,
망각의 추운 밤 속으로
북풍이 그들을 데려가고 있다
있잖아, 난 잊지 않았어
당신이 나를 위해 불러준 노래

그것은 우리를 닮은 노래이다
우리 둘이서 같이 살았는데,
나를 사랑한 너
당신을 사랑했던 나도

하지만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아무 소리 없이
바다는 모래에서 지워지고
연인들의 발걸음이 제 갈 길을 갔다


ⓒ네이버이미지
ⓒ네이버이미지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1977)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일상의 감정을 간결하고도 음악적인 언어로 담아낸 시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고엽은 특히 유명한 샹송(동명의 노래로도 잘 알려짐)으로, 시와 음악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가수 이브 몽탕(Yves Montand)쥘리에트 그레코(Juliette Gréco)의 노래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지요.


1. 시를 읽는 즐거움

이 시는 과거의 사랑과 그로 인한 추억, 그리고 그 추억이 떠나가는 덧없음을 가을의 낙엽이라는 상징을 통해 표현합니다.

 

(1)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한 나날을"

시는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됩니다. 화자는 과거 연인과 함께한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삶은 활발했고,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회상하며 당시의 행복을 강조합니다.

 

(2) "갈퀴로 긁어모은 마른 이파리"

이 이미지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마른 낙엽은 지나간 시간과 사랑의 잔재를 나타내며, 갈퀴로 그것을 모은다는 행위는 잊히는 추억을 간신히 모아보려는 시인의 애절한 몸짓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추억과 후회 또한, 망각의 추운 밤 속으로"

사랑의 기억뿐 아니라, 후회도 함께 등장합니다. 추억은 따뜻하지만, 그 뒤에는 씁쓸한 후회가 따라오고, 결국 모두 '망각의 추운 밤'에 사라져 갑니다. 여기서 '북풍'은 그 모든 것을 휩쓸고 가는 인생의 냉혹함을 상징합니다.

 

(4) "당신이 나를 위해 불러준 노래"

이 시에서 노래는 둘만의 추억이 담긴 특별한 기억이자, 사랑의 상징입니다. “우리 둘이서 같이 살았는데라는 구절은 과거의 친밀함을 보여주며, 그와 동시에 지금은 떨어져 있는 현실을 암시합니다.

 

(5) "하지만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사랑이 영원할 수 없음을 고백하며, 인생의 냉정함을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이별은 언제나 부드럽게, 아무 소리 없이다가오며, 어느 순간 모든 흔적은 사라집니다.

 

(6) "바다는 모래에서 지워지고, 연인들의 발걸음이 제 갈 길을 갔다"

마지막은 사랑의 흔적이 지워지고, 각자의 인생으로 돌아가는 연인의 뒷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더 이상 함께 걸을 수 없음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어조가 인상적입니다.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네이버이미지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네이버이미지


2. 감상 포인트

(1) 낙엽 = 사랑의 잔해

낙엽은 지나간 시간과 감정의 메타포로, 매년 다시 찾아오지만 결코 같은 낙엽은 없습니다. 반복되지만 덧없는 사랑의 순환을 은유합니다.

 

(2) 조용한 상실의 아름다움

이 시는 격정적인 슬픔보다는, 조용히 스며드는 상실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진하게 와닿습니다.

 

(3) 음악성과 시적 언어

원시(프랑스어)는 리듬감이 뛰어나고 음악적이며, 노래로도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번역된 한국어도 그 감정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고엽은 이별의 슬픔을 넘어, 인간의 삶과 기억, 시간의 흐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덧없고, 그 기억은 쓸쓸하지만 영원히 우리 안에 남아 있죠.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네이버이미지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네이버이미지


3, 시인의 삶과 문학

(1) 프랑스의 대표적 서정시인

자크 프레베르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로,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사랑, 자유, 평등, 반전(反戰) 등을 주제로 한 따뜻한 감성의 시를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시인입니다.

 

(2) 삶과 활동 배경

- 출생 : 1900,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뇌이쉬르센에서 출생

- 활동 : 1930년대 초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했으나 곧 탈퇴. 이후 영화, 연극, 시나리오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 : 장 르누아르, 마르셀 카르네 같은 감독들과 협업했으며, 대표작 중 하나는 영화 밤의 문을 열고(1946)

 

(3) 시 세계의 특징

➀ 일상적인 언어와 표현

복잡하거나 난해한 상징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하고 평범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는 당시 엘리트 중심의 시풍과는 달랐으며, 대중의 감성에 맞닿아 있었기에 폭넓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➁ 음악성과 리듬감

프레베르의 시는 대부분 노래처럼 운율과 리듬이 살아 있어, 샹송 가사로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린 샹송 중 하나입니다.

 

➂ 자유, 사랑, 평등에 대한 시적 감성

그는 전쟁과 권위주의, 억압에 반대하며 사람 중심의 휴머니즘적 시선을 견지했습니다.

그의 시 속 인물들은 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자크 프레베르는 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과 일상을 존중하고, 이를 따뜻하게 노래한 인물입니다. 문학이 철학이나 고상한 형식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시인이기도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