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의 대표작들을 모은 희곡집 ❮오이디푸스 왕❯은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희랍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걸작들을 모아서 엮었습니다. 현재까지 전문이 남아 있는 작품들 가운데 희랍 비극의 모범이라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과 함께 ❮안티고네❯, ❮아이아스❯, ❮트라키스 여인들❯ 등 네 개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Ⅰ. 오이디푸스 왕
❮오이디푸스 왕❯은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으로 인간의 운명과 비극적인 상황을 다룬 작품입니다.
1. 배경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왕비 이오카스테는 아들을 낳습니다. 그러나 신탁을 통해 그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라이오스는 아들을 태어나자마자 발목을 묶어 산에 버리도록 명령합니다. 그러나 목동은 아이를 죽이지 않고, 다른 나라의 왕과 왕비에게 아이를 맡깁니다. 이 아이가 바로 오이디푸스입니다.
2. 오이디푸스의 성장
오이디푸스는 코린토스에서 자라며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성인이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고, 부모로부터 도망쳐 예언을 피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는 테베로 가는 길에서 길을 막는 라이오스를 만나고, 싸움 끝에 라이오스를 죽입니다. 그는 자신이 라이오스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예언을 실현하게 됩니다.
3. 테베로의 귀환
오이디푸스는 테베에 도착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도시를 구원합니다. 그 공로로 그는 테베의 왕이 되고,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합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친모와 결혼한 것이며, 예언이 성취된 순간입니다.
4. 비극의 절정
도시를 괴롭히는 역병이 퍼지자 오이디푸스는 그 원인을 찾아내려 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이오카스테는 이 사실을 깨닫고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르고 맹인이 되어 도시를 떠납니다.
5. 결말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떠나 자신을 벌하기 위해 방랑의 길을 떠나며, 자신의 죄와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불가항력과 비극성을 강조하며, 오이디푸스라는 인물의 고뇌와 비극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모색합니다.
Ⅱ. 안티고네
❮안티고네❯는 테베 삼부작 중 하나로, 인간의 법과 신의 법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1. 배경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테베의 왕위를 두고 싸우다 서로 죽게 됩니다. 새로운 왕이 된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에게는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지만, 반역자로 간주된 폴리네이케스에게는 장례를 금지하고 그의 시신을 들판에 내버려 두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2. 안티고네의 결단
폴리네이케스의 누나인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명령이 신의 법에 반한다고 생각하며, 동생의 시신을 묻기로 결심합니다. 그녀는 누이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크레온의 금지령을 어기고 몰래 폴리네이케스를 묻습니다.
3. 크레온의 처벌
안티고네의 행위가 발각되자, 크레온은 법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사형에 처하기로 결정합니다.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은 아버지의 결정에 반대하며 그녀를 구하려 합니다. 그러나 크레온은 자신의 권위를 굽히지 않고, 안티고네를 산 채로 무덤에 가두는 형벌을 내립니다.
4. 비극적 결말
안티고네는 결국 감옥에서 자살을 선택합니다. 하이몬은 안티고네의 죽음을 발견하고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자살하면서, 크레온은 모든 가족을 잃게 됩니다. 크레온은 자신의 완고함과 자만이 이 모든 비극을 초래했음을 깨닫고 깊은 후회에 빠지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비극은 인간의 법과 신의 법 사이의 충돌, 개인의 신념과 국가의 권위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안티고네의 결단은 신의 법을 우선시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크레온의 권력 남용이 초래한 비극을 통해 인간의 오만과 그 결과를 경고합니다.
Ⅲ. 아이아스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이아스를 주인공으로 한 비극입니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 후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며, 영웅의 명예와 자존심, 그리고 비극적인 몰락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1. 배경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그리스 연합군은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무기를 그리스 최고의 전사에게 주기로 결정합니다. 아이아스(Ajax)는 이 갑옷과 무기를 받을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지만,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오디세우스에게 그 영예를 돌립니다. 이에 분노한 아이아스는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그리스 지도자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웁니다.
2. 아이아스의 광기
아이아스는 복수하기 위해 적군의 장군들을 죽이려고 하지만, 아테나 여신이 그의 계획을 막기 위해 그를 미치게 만듭니다. 광기에 빠진 아이아스는 사람 대신 가축들을 그리스 장군으로 착각하고 살육합니다. 이 광기의 끝에서 정신을 차린 아이아스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입니다.
3. 아이아스의 결단
정신이 돌아온 아이아스는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느끼고,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바닷가로 나가 자신의 검에 몸을 던져 자결합니다.
4. 아이아스의 시신을 둘러싼 논쟁
아이아스의 시신을 놓고 그리스 장군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집니다.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은 그의 반역적인 행동을 이유로 장례를 허락하지 않으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과거의 원한을 버리고 그에게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디세우스의 설득으로 결국 아이아스는 정당한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5. 결말
아이아스의 시신은 그의 형제 테우크로스에 의해 장례를 치르게 되고, 작품은 오디세우스의 관용과 아이아스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인간의 명예와 자존심, 용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끝맺습니다.
이 비극은 아이아스라는 영웅의 몰락을 통해 인간의 자존심과 명예가 얼마나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비극적 결과를 잘 보여줍니다.
Ⅳ. 트라키스 여인들
소포클레스의 ❮트라키스 여인들(The Women of Trachis)❯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그의 아내 데이아네이라(Deianira) 사이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사랑과 질투, 오해로 인한 비극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1. 배경
헤라클레스는 여러 모험을 마친 후,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떠나 있습니다. 그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며 불안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녀는 트라키스(헤라클레스의 거주지)에서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2. 헤라클레스의 귀환 소식
헤라클레스의 아들 힐로스가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옵니다. 헤라클레스가 칼리돈의 왕 에우에노스의 딸 이올레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포로로 데려온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의 사랑이 자신에게서 떠났다고 느끼고 큰 충격과 질투를 느낍니다.
3. 데이아네이라의 실수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의 사랑을 되찾고자 과거에 켄타우로스 네소스가 준 피를 기억해 냅니다. 네소스는 자신이 죽기 전에 데이아네이라에게 피를 주면서, 이것이 사랑의 묘약이 될 것이라고 속였습니다. 데이아네이라는 그 피를 헤라클레스의 옷에 바르면 그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 옷을 남편에게 보냅니다.
4. 비극적 결말
그러나 네소스의 피는 사실 독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그 옷을 입자마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데이아네이라는 자신의 실수가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집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자신을 불태워 죽기를 원하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합니다.
5. 데이아네이라의 자살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을 죽게 한 자신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죽기 전에 아들 힐로스에게 이올레와 결혼할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자신을 불태워 죽음으로 해방됩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감정, 특히 사랑과 질투,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적 결과를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데이아네이라의 의도는 남편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남편의 죽음을 초래하게 됩니다.
Ⅴ. 작가의 삶과 문학
소포클레스(Sophocles)는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비극 작가로 기원전 5세기경에 활동했습니다. 그는 12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으며, 그중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는 지금도 널리 읽히고 공연되고 있습니다.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6년경 아테네 인근의 콜로노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났으며, 젊은 시절에는 음악과 무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성인이 된 후 그는 극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고, 특히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운명과 신의 뜻, 그리고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탐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소포클레스는 공직 생활에도 참여하여, 정치와 종교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테네의 시민으로서 여러 번 공무를 수행했으며,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 아테네의 장군으로도 복무했습니다.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그리스 비극의 형식과 주제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극적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등장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그는 코러스(합창단)의 역할을 줄이고,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장면 전환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06년에 90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 이후에도 그의 작품들은 그리스 문학과 서양 문학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 그리고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들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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