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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계2

[명시감상] 곽재구 「사평역에서」 인간의 내면적 고독에 대한 성찰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 2025. 2. 9.
[명시감상] 박두진의 「해」 희망에 찬 해가 우리 마음에 솟아나길‥‥ 「해」박두진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산너머서어둠을 살라 먹고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달밤이 싫여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고운 해야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사슴을 따라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칡범을 따라칡범을 따라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고운 해야해야 솟아라.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Ⅰ. 시를 읽는 즐거움박두진의 시 ‘해’는 .. 2025.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