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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시(詩, Poem)

[명시감상] 조지훈의 「낙화(落花)」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by 램 Ram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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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네이버이미지
ⓒ네이버이미지

 


조지훈(趙芝薰, 1920~1968)낙화는 꽃이 지는 모습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그리고 고요한 체념과 감정의 깊이를 전하는 명시입니다. 절제된 감정과 동양적인 상징성은 우리 정서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1. 시를 읽는 즐거움

(1) “꽃이 지기로서니 / 바람을 탓하랴”

- 자연스러운 소멸을 받아들이는 태도

- 바람(외부 요인)을 탓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별이나 상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 조지훈 특유의 단정한 미학, 운명 수용적 태도가 담김

 

(2)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 ‘성긴 별드문드문 남은 희망, 기억의 잔재를 상징

- ‘스러지고조용히 사라지는 시간과 감정을 표현

 

(3)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 ‘귀촉도이별의 슬픔을 전하는 상징적 존재로 자주 쓰이는 새

- 귀촉도의 울음 뒤, 머언 산이 다가온다는 구절은 외롭고 고요한 이별의 정서를 극대화

 

(4) “촛불을 꺼야 하리 / 꽃이 지는데”

- 촛불은 감정, 혹은 남은 열정을 의미할 수 있음

- 꽃이 지는 순간, 촛불까지 끄는 행동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이별의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5)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 ‘꽃 지는 그림자지나간 시간과 정서의 잔상

- ‘우련 붉어라는 색채감이 짙은 이미지로, 이별의 정서가 미닫이에까지 물들었음을 뜻함

- 시각적 이미지의 절묘한 사용이 돋보입니다.

 

(6)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 아는 이 있을까 / 저어하노니”

-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

- '저어하다'염려하다, 걱정하다는 뜻으로,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내면을 보여줍니다.

 

(7) “꽃이 지는 아침은 / 울고 싶어라.”

- 시 전체의 감정을 집약한 절절한 마무리

- 자연의 흐름처럼 지는 순간에도 마음은 흔들리고, 이별은 아픔이 된다는 정서를 절제된 언어로 표현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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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상 포인트

(1) 운명 수용의 미학

이 시는 꽃이 지는 것을 바람 탓’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의 순리와 인생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2) 정서적 절제와 깊이

조지훈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정제된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3) 강한 시각적 이미지

꽃 지는 그림자’, ‘붉은 미닫이같은 표현은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감정의 잔향을 남기고 있습니다.

 

(4) 동양적 정서와 미학

, 촛불, 미닫이 등은 모두 전통적인 동양적 이미지, 한국적 서정성과 조용한 미학을 깊이 있게 드러냅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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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인의 마음

조지훈은 이 시를 통해 삶의 덧없음, 이별의 순간, 묵묵한 체념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깊은 사색의 흔적이 있습니다.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는 구절은 그 모든 정서가 응축된 한 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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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인의 삶과 문학

(1) 생애와 배경

- 출생 : 1920년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남

- 본명 : 조기준(趙沂準), 후에 조지훈으로 필명을 씀

- 성장 배경 : 유학자 집안에서 성장하여 한학과 동양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음

- 학업 : 경북고보, 이후 중앙불교전문학교(현 동국대)에서 수학

- 교수 활동 :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교육을 펼침

- 사망 : 1968, 49세를 일기로 짧은 생을 마침

 

(2) 문단 활동과 문학적 위치

- 1939문장지에 시 고풍의상발표로 문단 데뷔

- 1940~50년대에는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으로 활동

- 청록파 :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으로 구성된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 순수시 경향

- 순수 서정시, 자연과 인간의 조화, 전통과 민족의식을 강조한 시 세계로 주목받음.

 

(3) 문학세계와 주제 의식

① 초기 시 세계 – 자연과 서정의 미학

- 대표 시 : 낙화, 승무, 봉황수

- 불교, 유교, 동양 철학을 배경으로 한 고요한 감성, 운명 수용의 태도, 한국적 서정미가 뚜렷

- , 바람, , 불빛 등의 상징을 통해 덧없는 삶과 절제된 정서를 그려냄

⟶ 「낙화는 이러한 초기 시 세계를 대표하며, 이별과 무상의 철학적 수용을 담고 있음.

 

② 중기 이후 – 역사의식과 민족적 성찰

- 광복과 6.25 전쟁을 거치며 시의식에 변화 발생

- 역사적 현실과 민족적 자각을 반영하는 작품 다수 발표

- 대표 시 : 빛을 남기고, 민족의 길

- 민족과 조국, 시대적 고통 속에서 시인의 책임감을 노래함

 

③ 불교적 사유와 허무의 미학

- ‘무상(無常)’, ‘연기(緣起)같은 불교적 세계관을 토대로 삶의 덧없음과 인간 내면의 성찰을 시로 표현

- 단순한 비애가 아닌 존재에 대한 근원적 고찰이 담김


조지훈 시인 ⓒ네이버이미지
조지훈 시인 ⓒ네이버이미지

 


5. 문학적 의의

(1) 한국적 서정미의 대표 시인

조지훈은 한시(漢詩)의 전통과 현대시의 형식을 절묘하게 융합하여 동양적 정서와 절제미를 현대적으로 계승했습니다.

 

(2) 청록파 시인으로서의 영향력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하며, 전쟁과 이념의 시대 속에서도 순수한 서정과 민족의 정체성을 지킨 시인입니다.

 

(3) 지식인 시인의 모범

철학, 역사, 문학을 아우르며 학문과 시정신이 결합된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조지훈은 짧은 생애 동안 한국 현대시의 품격을 높인 시인이자, 전통의 깊이를 시로 되살린 한국 서정시의 거장입니다.

그의 시는 고요하고 절제된 언어로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을 노래하며, 오늘날까지도 깊은 감동과 사색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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