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a4e49777b03aa60823211a65b5d967a9.html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치열하게 사랑했고, 아프게 살아낸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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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치열하게 사랑했고, 아프게 살아낸 우리의 이야기

by 램 Ram 202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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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청춘의 찬란함과 쓸쓸함, 그리고 대도시라는 공간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감각적이고도 솔직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화자인 ''20대부터 30대까지의 삶을 관통하는 네 개의 단편에 대해 줄거리를 정리하고, 서평과 독후평을 정리해 올립니다.


출판 창비
출판 창비


1. 작품별 줄거리 요약

(1) 재희

대학 시절, ''과 가장 친밀했던 동기이자 소울메이트인 여성 '재희'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은 동성애자이고 재희는 자유분방한 이성애자입니다. 두 사람은 세상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 서로의 '다름''외로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완벽한 룸메이트로 거듭납니다.

 

함께 동거하며 연애 상담을 하고, 낙태 수술을 동행하는 등 피보다 진한 연대를 나누지만, 시간이 흐르며 재희가 평범한 결혼을 선택하고 대도시의 야생 같던 삶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찬란했던 한 시절도 자연스럽게 막을 내립니다.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뜨거운 우정과 상실감을 경쾌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렸습니다.

 

(2)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영의 청춘에서 가장 처절하고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을 복기하는 장입니다. 영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사상적으로 보수적인 ''을 만나 지독한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형은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의 눈을 두려워하며 결국 영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떠납니다.

 

이 이별의 통증과 더불어, 영의 어머니가 암에 걸려 투병하는 과정이 교차됩니다. 동성애자인 아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와의 갈등, 그리고 간병의 무게가 더해지며 사랑과 삶의 비장함이 '우럭 한 점'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우주적인 깊이의 슬픔으로 확장됩니다.


출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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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도시의 사랑법

작품의 표제작이자 소설의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입니다. 영은 간병인으로 만난 남자인 '규호'와 연인이 됩니다. 규호는 영의 삶에 나타난 가장 안정적이고 따뜻한 존재입니다. 두 사람은 대도시 서울의 구석구석(이태원, 을지로, 서촌 등)을 누비며 지극히 평범하고도 행복한 연애를 이어갑니다.

 

영이 HIV 확진(작중 '카일리'라는 별칭으로 부름)을 받았음에도 규호는 변함없이 영의 곁을 지킵니다. 그러나 규호가 해외 취업으로 상하이로 떠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영은 규호를 붙잡지 못합니다. 대도시라는 차가운 공간 속에서 가장 뜨겁게 반짝였던 사랑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4) 늦은 우기의 바캉스

규호와 헤어진 후, 30대가 된 영의 현재를 다룹니다. 영은 규호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태국 방콕으로 홀로(정확히는 낯선 동행인과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끈적이고 축축한 방콕의 늦은 우기 속에서, 영은 끊임없이 규호와 함께했던 서울의 시간들을 반추합니다.

 

과거의 찬란했던 사랑은 이미 지나갔고, 자신의 몸속에는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며, 청춘은 저물어가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직시합니다. 하지만 영은 슬픔에 매몰되기보다, 그 모든 상처와 상실을 자신의 삶으로 껴안으며 묵묵히 대도시의 삶을 지속해 나갈 채비를 합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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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문가적 서평(Literary Review)

"퀴어 문학의 영토를 넓힌, 가장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도시의 애가(Elegy)"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한국 문학사에서 퀴어(Queer) 서사를 서사의 변두리에서 주류의 한복판으로 당당하게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성취는 소수자의 삶을 단순히 '피해자 서사''고통의 전시'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1) 위트와 경쾌함으로 돌파하는 무거운 현실

HIV 감염, 동성애를 향한 사회적 멸시, 가족과의 절연 등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무거운 소재들을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풀어냅니다. 슬픔을 냉소나 신파로 소비하지 않고, 경쾌한 리듬감 속에서 페이소스를 극대화하는 세련된 화법을 구사합니다.

 

(2) 공간으로서의 '대도시’

서울과 방콕이라는 대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자본주의와 익명성, 그리고 차가운 시선이 공존하는 공간이자, 역설적이게도 그 익명성 덕분에 소수자들이 숨어 사랑할 수 있는 해방구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도시의 지명과 트렌디한 문화를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리얼리티를 확보합니다.

 

이 소설은 퀴어라는 특수성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누구나 겪는 만남과 이별’, ‘청춘의 소멸’, ‘인간의 외로움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도달합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이 작품이 가진 보편적 감각과 문학적 세련미가 세계적으로 통했음을 증명합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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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독후평(Reader's Reflection)

"치열하게 사랑했고, 아프게 살아낸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영의 비밀스러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거침없고 솔직한 영의 고백들은 때로는 소리 내어 웃게 만들고, 때로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퀴어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도드라져 보였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이야기는 결국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통과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고, 재희도, 첫사랑 형도, 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규호도 결국은 내 곁을 떠나갑니다. 남겨진 것은 상처 입은 나 자신과 지독한 외로움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은 "나는 규호를 사랑했다. 정말이지 그랬다"라고 나직하게 읊조리며 도망치지 않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대도시의 소음 속에서 꿋묵하게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삶을 살아내는 영의 모습에서 기묘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랑의 달콤함보다 이별 뒤의 씁쓸한 잔향이 더 오래 남는 책입니다. 청춘의 한 시절, 누군가를 치열하게 사랑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의 형태가 어떠했든 깊은 공감과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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