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a4e49777b03aa60823211a65b5d967a9.html 임보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내 마음의 거울, 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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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시(詩, Poem)

임보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내 마음의 거울, 새의 노래

by 램 Ram 2026.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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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등뻐꾸기의 울음

임 보

 

네 마디로 우는 저 울음소리

사람의 음성과는 달리 자음과 모음으로 분리되질 않아

문자로 옮길 수가 없다

 

흔히

“홀딱 벗고, 홀딱 벗고”운다 하지만

어찌 들으면

“첫차 타고, 막차 타고” 하는 것도 같고

“언짢다고, 괜찮다고” 하는 것도 같다

 

또 어떤 이는

“혼자 살꼬, 둘이 살꼬” 한다고도 하고

“너도 먹고, 나도 먹고”한다고도 한다

 

듣는 이에 따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만어를 품고 있는 저 무궁설법

누가 따라잡을 수 있단 말인가

 

- 임보 시집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시학, 2014)에서


검은등뻐꾸기 ⓒ네이버이미지
검은등뻐꾸기 ⓒ네이버이미지


 

임보 시인의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은 산사나 숲에서 들려오는 새의 울음소리를 통해 인간의 마음과 언어의 한계를 성찰한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에 대한 해설과 감상평을 정리했습니다.


1. 작품 해설 : '소리'가 '의미'가 되는 과정

이 시의 핵심은 검은등뻐꾸기의 4음절 울음소리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있습니다.

 

(1) 언어의 한계성

시인은 새의 울음소리가 자음과 모음으로 분리되지 않아 문자로 옮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연의 순수한 소리를 인간의 인위적인 '언어'라는 틀에 가두기 어렵다는 본질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2)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입니다. 새는 그저 울 뿐이지만, 듣는 이의 처지와 기분에 따라 "홀딱 벗고(수행)", "너도 먹고(나눔)", "혼자 살꼬(고독)" 등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3) 무궁설법(無窮說法)

마지막 구절에서 작가는 이 울음소리를 부처의 가르침인 '설법'에 비유합니다. 수만 가지 말을 품고 있는 자연의 소리가 인간의 구차한 말보다 훨씬 더 깊은 진리를 전하고 있다는 경외심을 드러냅니다.


출판 시학


2. 감상평 : 내 마음의 거울, 새의 노래

(1) 들리는 대로가 아닌, 마음이 가는 대로

이 시를 읽으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검은등뻐꾸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4마디를 내뱉지만, 어떤 이는 삶의 고단함(첫차 타고 막차 타고)을 듣고, 어떤 이는 번뇌를 벗어던지려는 의지(홀딱 벗고)를 읽어냅니다. 결국 새의 울음소리는 청자의 마음 상태를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2) 비움과 채움의 미학

"홀딱 벗고"라는 표현은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의 가장 유명한 의성어입니다. 이는 단순히 유머러스한 표현을 넘어, 모든 세속의 욕망과 가식을 벗어던지라는 죽비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시인은 이를 '무궁설법'이라 칭하며, 인간이 제아무리 논리적인 언어로 진리를 설파하려 한들 자연이 던지는 무심한 소리 한마디를 따라갈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임보 시인은 자칫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산새 소리에서 '해석의 자유''자연의 심오함'을 동시에 포착해 냈습니다. "너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내 소리를 듣고 있느냐?"라고 묻는 듯한 이 시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실제로 검은등뻐꾸기는 초여름 숲에서 "뻐뻐뻐 뻐-" 하고 규칙적인 4박자로 웁니다. 이 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문장으로 그 소리를 채우실지 궁금해지네요.


검은등뻐꾸기 새끼와 검은지빠귀 ⓒ네이버이미지
검은등뻐꾸기 새끼와 검은지빠귀 ⓒ네이버이미지


3. 검은등뻐꾸기의 생태적 특성

검은등뻐꾸기는 그 독특한 울음소리만큼이나 생태적으로 흥미로운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여름 철새입니다. 시에서 묘사된 '네 마디 울음'의 주인공이 가진 생태적 습성을 정리했습니다.

 

(1) 외형적 특징과 분포

① 생김새

몸길이는 약 33cm 정도이며, 이름처럼 등과 날개 쪽이 짙은 회색(검은빛)을 띱니다. 가슴과 배에는 뻐꾸기 특유의 가로 줄무늬가 뚜렷합니다.

 

② 서식지

유라시아 대륙 동부와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며, 한국에는 5월경 찾아와 번식하고 9월경 남쪽으로 이동하는 여름 철새입니다. 주로 평지보다는 깊은 산림이나 울창한 숲에 거주합니다.

 

(2) 탁란(托卵)의 명수

검은등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탁란 습성이 있습니다.

 

① 주요 숙주

주로 검은지빠귀,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둥지를 이용합니다.

 

② 전략

숙주의 알 중 하나를 밀어내거나 먹어치운 뒤 자신의 알을 낳습니다. 부화한 검은등뻐꾸기 새끼는 숙주의 알보다 먼저 깨어나 나머지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숙주 부모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독차지하며 자랍니다.


검은등뻐꾸기 ⓒ네이버이미지
검은등뻐꾸기 ⓒ네이버이미지


(3) 소리와 번식기 행동

시에서 언급된 그 울음소리는 주로 번식기(5~7)에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내는 소리입니다.

 

① 야행성 경향

낮에도 울지만, 고요한 밤이나 새벽녘에 매우 크게 울어 산사(山寺)의 수행자나 민가 사람들의 잠을 깨우기도 합니다.

 

② 4음절의 비밀

"카카카 코-" 하는 식의 규칙적인 4음절 음조를 반복하는데, 이는 종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4) 식성

주로 곤충을 먹으며, 특히 다른 새들이 꺼리는 송충이(나비나 나방의 유충)를 즐겨 먹어 산림 해충을 조절하는 이로운 역할도 수행합니다.


임보 시인의 시 속에서 "홀딱 벗고"라고 들렸던 그 간절한 외침은, 생태학적으로 보면 종족 번식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강렬한 생존의 신호입니다. 숲 속 깊은 곳에서 정체를 숨긴 채 소리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검은등뻐꾸기의 습성이, 시 속에서 '형체 없는 법문(설법)'으로 승화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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