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블랙(Jeremy Black)의 저서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는 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전쟁사는 오랫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과 군사 혁신의 연속 과정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제러미 블랙은 이러한 직선적 발전론을 비판하며, 전쟁을 정치·사회·문화·지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세계사적 현상으로 재해석한다.
Ⅰ. 주요 내용 요약
1. 전쟁의 기원 – 인간과 조직화된 폭력
(1) 전쟁은 본능인가, 구조인가?
- 단순한 공격성의 산물 아님
- 농경 정착 → 잉여 생산 → 계층화 → 국가 형성
- 국가는 폭력을 독점하고 제도화
(2) 핵심 명제
전쟁은 문명의 부산물이 아니라, 문명 형성의 동력이다.

2. 초기 국가와 고대 제국
(1) 국가와 전쟁의 상호작용
- 조세·징병·요새 건설
- 군대는 행정 능력을 필요로 함
(2) 고대 문명의 군사 특징
- 아시리아 : 공성전·심리전
- 페르시아 : 다민족 통합 제국군
- 그리스 : 시민군 체제
- 마케도니아 : 팔랑크스+기병
- 로마 : 군단·병참·동맹망
☞ 핵심 포인트
- 로마의 성공 요인 = 제도적 지속성
- 멸망 원인 = 군사·재정 과부하 + 정치 불안
3. 비서구 전쟁의 재조명
블랙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유럽 중심주의 비판
(1) 중국
- 관료제 기반 대규모 동원
- 북방 유목 세력과의 장기적 대립
(2) 인도
- 다양한 왕조 체제
- 전쟁은 정치적 분열 구조와 밀접
(3) 몽골
- 기동력·정보전·공포 전략
- 유라시아 교역망 확대
☞ 핵심 내용 : 전쟁 발전은 단선적 진보가 아니다.
4. 중세 유럽과 봉건 전쟁
(1) ‘암흑시대’ 재해석
- 군사 기술 후퇴 아님
- 기사 계층 중심의 군사 체제
(2) 성과 공성전
- 방어 중심 전략
- 장기전 구조
(3) 십자군
- 종교 + 경제 + 정치 동기
- 유럽의 대외 확장 계기

5. 화약 혁명과 군사 변화
(1) 화약 무기의 도입
- 대포 → 성벽 붕괴
- 보병 중요성 증가
(2) 군사 혁명 논쟁
- 16~17세기 급격한 변화설
- 블랙의 입장 : 점진적·지역별 차이 강조
(3) 요새의 변화
- 별형 요새 등장
- 방어·공격 기술의 상호 발전
6. 해양 패권과 세계 질서
(1) 제해권의 의미
- 해상 무역 보호
- 식민지 확보
(2) 1400~1763년
- 해군력 = 세계 패권
(3) 오스만·동아시아 전쟁
- 오스만 : 유럽-중동 연결 강대국
- 임진왜란 : 동아시아 국제 질서 충돌
☞ 핵심 : 해양력은 근대 세계 체제를 형성했다.
7. 혁명과 국민전쟁
(1) 프랑스혁명
- 국민 동원 체제
- 이념 전쟁
(2) 나폴레옹 전쟁
- 대규모 징병
- 작전 기동성 확대
- 총력전의 전조
☞ 의의 : 왕조 전쟁 → 국민국가 전쟁
8. 세계대전의 시대
(1) 제1차 세계대전
- 산업화된 참호전
- 소모전
- 제국 붕괴
(2) 전간기
- 위협 평가 실패
- 국제 질서 불안
(3) 제2차 세계대전
- 기갑·공중전
- 전면적 총력전
- 핵무기 등장
9. 냉전과 탈식민 전쟁
(1) 냉전
- 핵 억지 전략
- 직접 충돌 회피
- 대리전 확대
(2) 탈식민 전쟁
- 게릴라전
- 민족 해방 운동
(3) 냉전 이후
- 국가 내부 분쟁 증가
- 테러·비국가 행위자
- 강대국 경쟁 지속
10. 군사사 이론과 결론
(1) 주요 이론
- 기술 결정론 : 무기 발전이 전쟁 변화 - 정치 요인 간과
- 경제 결정론 : 산업·자본이 결정 - 문화·전략 무시
- 문화 결정론 : 가치관·종교 영향 - 구조 설명 부족
(2) 블랙의 종합 입장
- 전쟁은 다원적 요인의 결합
- 특정 문명이 우월해서 발전한 것이 아님
- 지역·시대별 다양성 인정 필요

Ⅱ. 책 내용에 대한 고찰
1. 서론
전쟁은 인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현상이다. 그러나 전쟁을 단순히 기술 발전이나 특정 문명의 우월성으로 설명하는 접근은 한계를 가진다. 제러미 블랙은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에서 전쟁을 특정 문명이나 기술 혁신의 산물로 보지 않고, 정치·사회·문화·지리·경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는 특히 유럽 중심의 직선적 발전론을 비판하며, 전쟁의 다양한 경로와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한다. 본 내용에서는 첫째, 전쟁과 국가 형성의 관계, 둘째, 유럽 중심 군사사에 대한 비판, 셋째, 근대 이후 전쟁의 성격 변화를 중심으로 그의 논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2. 전쟁과 국가 형성 : 구조적 접근
블랙은 전쟁을 인간의 본능적 폭력성의 결과라기보다 사회 구조의 산물로 본다. 농경의 시작과 잉여 생산의 축적은 계층화를 낳았고, 이는 정치권력의 형성과 함께 조직화된 폭력을 가능하게 했다. 국가는 조세 징수, 병력 동원, 요새 건설을 통해 전쟁 수행 능력을 제도화하였다.
고대 제국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아시리아는 공성전 기술과 공포 전략을 통해 팽창하였고, 페르시아는 다민족 통합 군사 체제를 운영하였다. 그리스의 시민군 체제와 마케도니아의 기동 전술, 로마의 군단제와 병참 시스템은 전쟁 수행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특히 로마는 군사 조직의 제도적 지속성과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간 패권을 유지했으나, 과도한 군사적 부담과 정치적 불안으로 쇠퇴하였다. 이는 전쟁이 국가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모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블랙에게 전쟁은 국가 형성의 결과이자 원인이며, 양자는 상호 규정적 관계에 있다.
3. 유럽 중심 군사사에 대한 비판
전통적 군사사는 종종 유럽을 전쟁 발전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고대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직선적 진보 서사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블랙은 이러한 접근을 비판한다.
첫째, 그는 중국, 인도, 이슬람 세계, 몽골 제국, 일본,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의 전쟁사를 폭넓게 다룬다. 예를 들어 몽골은 뛰어난 기동력과 정보망을 활용하여 유라시아 전역을 통합하였고, 이는 유럽보다 뒤처진 군사 체제가 아니었다. 중국 역시 관료제 기반의 대규모 동원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북방 유목 세력과의 장기적 대립 속에서 독자적 군사 발전을 이루었다.
둘째, 그는 ‘군사 혁명’ 개념에 신중하다. 16~17세기 화약 무기와 전술 변화가 전쟁을 급격히 바꾸었다는 주장에 대해, 블랙은 변화가 지역과 시기별로 상이하며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본다. 즉, 특정 기술이 단번에 세계를 재편했다는 설명은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블랙은 전쟁사를 단선적 발전 과정이 아니라 다원적·지역적 발전의 총합으로 이해한다.
4. 화약, 해양 패권, 세계 질서
근대 초기의 중요한 변화는 화약 무기와 해군력의 발전이다. 대포의 등장으로 중세 성벽은 무력화되었고, 이에 대응하여 별형 요새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역시 점진적 적응의 결과였다.
특히 해군력은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결정적 요소였다. 제해권을 확보한 국가는 해상 무역을 통제하고 식민지를 확장할 수 있었다. 15세기 이후 유럽 열강의 팽창은 해군력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이는 근대 세계 체제 형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블랙은 이를 단순히 유럽의 우월성으로 보지 않고, 지정학적 조건과 정치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한다.

5. 국민국가와 총력전의 등장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은 전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전의 왕조 전쟁이 제한적 목적을 지녔다면, 혁명 이후의 전쟁은 국민 전체를 동원하는 이념 전쟁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징병제의 확대와 대규모 동원 체제는 총력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산업화된 소모전의 형태로 전개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은 기갑전·공중전·핵무기를 포함한 전면적 총력전으로 발전하였다. 전쟁은 더 이상 전장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산업·과학기술 전반을 포함하는 사회 전체의 경쟁이 되었다.
6. 냉전과 현대 전쟁
냉전은 핵 억지 전략에 기반한 특수한 구조였다. 미국과 소련은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대리전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이후 탈식민 전쟁과 게릴라전이 확산되었고, 냉전 종식 이후에는 국가 내부 분쟁과 비대칭 전쟁이 증가하였다.
현대 전쟁은 전통적 국가 간 대규모 전면전보다는, 내부 갈등·테러·지역 분쟁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동시에 강대국 간 경쟁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7. 결론
제러미 블랙의 전쟁사 서술은 전쟁을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그는 기술 결정론, 경제 결정론, 문화 결정론 모두가 부분적 설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전쟁은 정치·지리·문화·경제·기술이 상호작용한 복합적 현상이다.
또한 그는 유럽 중심의 직선적 발전론을 비판하며, 전쟁의 세계사적 다양성을 강조한다. 근대 이후 전쟁은 국민 동원과 총력전의 형태로 변화하였고, 현대에는 비대칭 전쟁과 내부 분쟁이 중요한 특징으로 등장하였다.
결국 블랙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현상이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문명이나 기술에 환원하지 않는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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