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a4e49777b03aa60823211a65b5d967a9.html 이창동 「아네스의 노래」 침묵해야 했던 세계를 대신 울어주는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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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시(詩, Poem)

이창동 「아네스의 노래」 침묵해야 했던 세계를 대신 울어주는 시(詩)

by 램 Ram 202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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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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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의 노래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 에 나오는()로 이창동 감독이 직접 썼다는 시()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문정희 배우 가 낭송하며 오버랩되어 가는 장면이 우리에게 시()가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1. 작품 맥락과 시의 위치

이창동 감독의 영화 (2010)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고통과 죄의 세계 속에서 어떻게 말하고, 침묵하며, 끝내 응답할 수 있는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아네스의 노래는 영화의 중심부에서, 주인공 미자가 끝내 도달하고자 했던 언어이자 윤리적 응답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삽입시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적 결론이며, 미자가 세계를 향해 남긴 마지막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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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의 정서와 이미지

(1)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시의 시작은 죽은 자를 향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후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도달할 수 없는 존재를 향한 간절한 부름입니다. 적막은 죽음의 공간이자, 살아 있는 자가 끝내 메우지 못한 윤리적 공백을 상징합니다.

 

(2) 자연의 이미지 — 노을, 새, 장미, 풀잎

이 시에서 자연은 위안이자 증언자입니다.

- 노을은 하루의 끝, 생의 저녁

- 새들의 노래는 계속되는 삶

- 시드는 장미는 시간과 유한성

-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은 가장 낮고 미미한 존재의 연민

 

특히 풀잎과 작은 발자국, 영화 속에서 외면당한 약자와 희생자, 즉 말하지 못하고 사라진 존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3)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 하지 못한 고백”

이 대목은 영화 전체의 핵심입니다.

미자는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앞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이 시는 사과이자 고백이며, 동시에 늦은 애도입니다. 시는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을 대신 말해주는 마지막 언어가 됩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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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리와 시의 문제

이창동 감독은 이 시를 통해 시의 미학보다 윤리를 먼저 묻습니다.

이 시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장식이 아니라 속죄의 형식입니다.

 

❶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 이는 위로가 아니라 부끄러움의 표현입니다.

❷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 당신이 알아주기를”

     → 이는 사랑의 고백이자, 동시에 사랑하지 못했던 죄에 대한 고백입니다.

 

이 시는 독자(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 보았는가?

정말 사랑했는가?

아니면 외면했는가?


4. 조용히 무너지는 시

아네스의 노래는 읽을수록 목소리가 낮아지는 시입니다.

울부짖지 않고, 항변하지 않으며, 끝내 축복으로 말을 닫습니다.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이 대목에서 화자는 이미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절망이 아니라, 희망조차 초월한 기도로 나아갑니다.

 

마지막 연의

“머리맡에 선 당신을 / 만날 수 있기를…”

은 사후의 재회라기보다, 진실 앞에서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소망, 끝내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느껴집니다.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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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맺음말

아네스의 노래는 잘 쓴 시이기 이전에, 침묵해야 했던 세계를 대신 울어주는 시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시를 통해 말합니다.

시는 아름답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에 존재한다.

 

그래서 이 시는 읽고 나면 위로보다 부끄러움, 감동보다 긴 침묵을 남깁니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묻게 됩니다. 나는 과연 누구의 노래를 끝내 듣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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